사물 사진의 심리학

-The Psychology of Things-

이필


《사물 사진의 심리학》은 인간과 사물 사이에 얽힌 복잡한 심리적 관계를 탐구한다. 네 명의 작가는 저마다의 시선을 통해 사물이 어떻게 감정, 기억,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서사를 투영하는 심리적이고 미학적인 피사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의 사진에서 사물은 비(非)인격적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저장소이자, 기억의 목격자이며, 연극적 무대의 구성원이고, 때로는 내면의 풍경을 비추는 심리적 표면이 된다. 작가들은 일상적인 사물에 새로운 감정의 층위를 입히고, 심리를 재구성하며, 기억과 애착, 불안과 상실 같은 내면의 서사를 그려낸다. 전시는 작가가 사물을 통해 드러내는 심리적 투사와 정서적 공명,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 각인된 정동(情動)과 긴장의 층위를 따라 일상의 오브제를 통해 인간 내면의 지도를 그린다.  

임안나는 피규어와 일상 오브제를 배치해 전쟁의 폭력성을 축소된 장면으로 연출하여 탈감각화되고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제시한다. 심리극을 연상하는 연극적 연출과 비현실적 공간에 박제된 사물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심리적 간극을 날카롭게 환기한다. 두 작업 모두 미디어를 통해 폭력의 이미지가 반복되는 사회에서 현실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심리적 무감각 상태를 자각하게 한다.

금혜원은 외할머니의 물건과 낡은 공간을 매개로 사적인 기억의 빈자리를 더듬고, 모계 서사를 한국 현대사의 시간과 중첩시키며 기억의 심리적 지형을 구축한다. 외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교차시키는 작가는 전통적인 남성 중심 가족 서사를 조용히 전복하며, 인물이 부재한 공간에서 사물을 통해 더욱 선명해지는 존재의 흔적을 응시한다. 사물은 결국 말 없는 증언자가 된다.

윤정미는 애착 인형이라는 친밀한 오브제를 통해 사물에의 감정의 투사와 무수한 접촉,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의존 상태를 포착한다. 인형에 대한 집착은 종종 심리적 공허, 억압된 정서, 말해지지 못한 감정, 또는 과거의 시간을 대체하며, 윤정미는 이 같은 심리를 사회적 현상의 차원에서 섬세하게 추적한다. 애착 인형들은 개인적 심리의 표면이자 사회적 정동의 매개체가 된다.

민혜령의 사물 사진에는 충만한 모성과 자아 상실의 이중적 감정이 스며들어있다. 작가는 유축기, 젖병, 장난감, 찢어진 종이테이프 같은 소소한 오브제들을 복합적인 심리의 풍경으로 재현한다. 작가는 빛과 색조, 조명의 섬세한 조율을 통해 모성의 기쁨과 소진, 애착과 불안, 존재의 소중함과 자아의 흔들림을 표현한다. 사물을 응시하는 ‘잠시 멈춤’의 시간은 작가의 소진된 자아를 다시 호출한다.

사물은 생의 흔적이자 발화되지 못한 감정의 우회적 표현이며, 사회적 담론의 촉발점이자, 사라진 인물의 궤적을 선명히 드러내는 잔류물이다. 인물이 사라진 자리에서 사물은 오히려 강력하게 감정의 궤적을 드러낸다. 사물에 입혀진 불안, 애착, 상실, 회복의 감정구조를 따라 관람자가 자신의 심리를 되묻고 사물 존재를 새롭게 응시하는 감정적 대화를 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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